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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drup7의 서른 번째 추천 시]물과 불의 경계

laudrup7 2022. 4. 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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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불의 경계

오래된 저 주전자와 난로
마치 등을 맞대고 늙어가는 부부다.

난로에 불꽃이 일면 짤짤 물도 따라 끓었다.
불의 화신인 당신과 불길을 잡는 나
상극이란 우리가 어쩌다 부부로 만났을까
열탕과 냉탕, 그 경계를 사이에 두고
내가 당신이 될 수 없듯, 당신도 내가 될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과열된 순간에 냉각이 필요하고
서늘한 시간 끝엔 온기가 그리워진다는 사실,
주전자와 난로는 침범할 수 없는 서로의 국경이었다.

몇 십 년일까
치열했던 날들이 가고 이제야 보인다.
찌그러지고 녹이 슨 몸뚱이들, 이제
시나브로 불꽃이 잦아드는 때
서로 남아있는 온기를 보듬고 산다.

조완춘


물과 불은 겉으로 볼 때 이보다 더 차이가 심한 게 없을 정도로 상극인 관계다.

실상 누군가를 가리킬 때 마치 너희 둘은 물과 불과 같다고 하면 그 두 사람은 정말 안 맞는 관계라고 인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상극인 관계가 어쩌면 서로가 갖고 있지 않는 장점이 합쳐지면서 시너지 효과로 작용할 때가 있다.

대개 사람들은 젊었을 때는 자신의 성향이 극대화되면서 어떻게든 이러한 성향을 뿜어내려고 한다. 그러다가 과열이 되면서 상극 간에는 서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힘이 점점 떨어지듯이 누구나 다 자신의 성향이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게 된다.

결이 같든 다르든 시간이 지나면 점차 자신의 성향이 옅어지면서 같은 방향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다.

국경은 넘을 수 없는 경계를 뜻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화합의 장으로 볼 수가 있다.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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