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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drup7의 다섯번째 추천 시]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

laudrup7 2021. 11. 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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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세 노인이 쓴 산상수훈

 

내 굼뜬 발걸음과

떨리는 손을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위해

오늘 내 귀가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가를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 눈이 흐릿하고

무엇을 물어도 대답이 느리다는 걸

이해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오늘 내가 물컵을 엎질렀을 때 그것을

별 일 아닌 걸로 여겨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기분 좋은 얼굴로 찾아와

잠시나마 잡담을 나눠 준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나더라 그 얘긴 오늘만도 두 번이나 하는 것이라고

핀잔 주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사랑받고 혼자가 아니라는걸

알게 해주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찾아갈 기력이 없을 때

내 집을 방문해 준 의사에게 복이 있나니,

 

사랑으로 내 황혼녘의 인생을 채워 주는

모든 이에게 복이 있나니,

내가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도록

나를 보살펴 주는 내 가족들 모두에게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라.

 

그랙 맥도널드

 

 

이 시를 읽으면서도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외가댁에 거의 방문도 하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항상 마음 한 구석으로 생각은 했지만 막상 연락을 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올해 9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연락을 드렸다. 거의 4~5년 만에 연락을 드렸더니 몸이 많이 안좋아지셔서 잠만 집에서 주무시고 평상시에는 요양 병원에서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야기를 듣고 바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뵈러 요양 병원으로 찾아갔다. 정말 오랜만에 두분을 뵀는데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게 두분이 많이 노쇠해지셨다.

 

마지막에 방문을 했을 때만 해도 두분이 정정하셨는데 노쇠하신 모습을 보고 죄책감이 들었다. 연락 드리고 1년에 1~2번이라도 찾아뵐걸

 

마지막 방문을 했을 때 할머니는 사진 찍는 것에 취미를 가지셨었다, 그래서 할머니랑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소녀 같이 부끄러워 하시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할머니는 내년 서른이 되는 나를 아직도 귀엽고 예쁜 손주로 쳐다보신다. 그냥 나라는 존재 자체가 앞에 있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즐거워 보이셨다.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려 할때 할머니가 섭섭하고 아쉬워하는 모습이 굉장히 눈에 밟혔다. 그래서 병원 앞에서 일부로 할아버지, 할머니를 각각 안아드리고 왔다.

 

이후 난 내 삶의 루틴에 하나를 추가하였다. 바로 1주일에 한 번 할머니께 전화를 드리는 것이다. 할머니는 내가 전화를 드릴때마다 항상 아이구 우리 00이 아니여~ 라고 통화를 하시고 끝맺을때는 항상 건강하고 전화해줘서 고마워~ 라고 하신다.

 

항상 같은 말을 하시는데 나는 그 대답에 많은 힘을 얻고 있다. 조금만 더 빨리 자주 연락드릴걸...

 

하지만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처럼 계속해서 꾸준히 연락을 드릴 것이다. 요즘 회사일에 조금씩 힘듬을 느끼고 있는데 짬내서 연락하는 할머니와의 통화가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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